해남 꿀고구마의 변신, 국민 간식으로 탈바꿈하다

마을기업 ‘가문의 영광’ 정대웅 대표(44), 상상과 도전으로 마을 농산물 유통의 새 길을 열다

“해남 꿀고구마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만들 순 없을까?”


‘가문의 영광’ 정대웅 대표는 이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0년전 고구마 가공에 뛰어들었다. 해남 꿀고구마가 호평을 받으며 유통되고 있으나, 생고구마로는 보관이나 유통이 힘들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정대웅 대표

아이스 고구마,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면, 떡볶이, 해남샌드칩 등 잇따라 개발

10여년 전부터 부모와 함께 해남군 화산면 평호리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어온 농부였던 정 대표. 주변 마을 농부들의 생고구마 보관과 유통과정의 어려움을 몸소 느껴온 그는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국민 간식을 만드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마을 농부들과 힘을 합쳐 마을기업을 만들고, 아이스고구마를 비롯,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면 등을 잇따라 개발했고, 이어 해남쌀을 이용한 떡볶이와 현미를 가공한 해남샌드칩도 최근 개발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정 대표가 고구마 가공에 본격 나서게 된 것은 부친의 의지가 밑받침이 됐다. 지난 2013년 당시 마을 이장이셨던 부친 정범수씨(69)가 마을 노인들의 소득 증진을 위해 김가공 공장을 했으나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수지가 맞지 않아 접었다.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던 정 대표는 부친과 함께 마을 농민들이 생산한 고구마를 가공해 국민 간식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됐다.

▲ 해남 고구마 굽는 마을 전경.

마을 농민 14명과 마을기업 설립하고 제품 개발 본격 나서

정대표 부자는 지난 2016년부터 처음 고구마 가공에 나섰다. 오븐에 고구마를 굽는 방식으로 소규모 공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듬해 마을 농민 14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마을기업 ‘땅끝해살찬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고구마 가공사업에 나섰다. 법인의 제품은 ‘가문의 영광’이라는 로고로 판매되고 있다.

▲ 정대표가 최초로 개발한 ‘아이스고구마’.

맨처음 가공제품은 ‘아이스 고구마’였다. 해남 꿀고구마를 오븐에 구운 뒤 얼린 제품으로, 3년가량 전량 납품했다. 그러나 납품도 끝나고 소규모로는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아이스 고구마‘ 생산을 계속하면서 고구마말랭이 제품 개발에 나섰다. 공장을 짓고 제품 생산에 나섰으나 판로가 그리 넓지 않아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정 대표 부자는 지속적으로 신제품 개발에 열정을 쏟았다.

▲ 꿀고구마에 이어 개발한 '고구마말랭이'.

“아버지의 열정적인 아이디어 제공이 원천이었죠. 아버지께서 아이디어를 짜내 제시하시면 저는 무조건 도전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실험하고 시제품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아이스고구마나 고구마말랭이, 고구마면 등이 탄생했습니다.”

▲ 냉면용 고구마면.

현재 ’가문의 영광‘은 아이스고구마와 고구마말랭이, 고구마면, 떡볶이 등 제품을 가공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고구마는 해남 꿀고구마를 쪄서 냉동시킨 제품이며, 고구마 말랭이는 고구마를 ’쪄서 말리고‘를 두 번 반복한 뒤 길게 모양을 만들어 가공하는 국민 간식거리다.

고구마면은 밀가루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남산 꿀고구마와 해남쌀, 천일염만을 사용한 냉면이다. 떡볶이는 해남쌀떡에다 주문생산한 소스인 고구마무스를 더한 제품으로 최근 꾸준히 인기가 늘고 있는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 해남산 쌀떡과 고구마 소스로 구색을 맞춘 고구마 떡볶이.

해남 고구마와 쌀 등 건강한 먹거리로 글로벌 간식 만들고파

“해남산 농산물을 원료로 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죠. 작은 동네에서 전혀 해로운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해남산 쌀과 고구마 등 자연이 주는 원료로만 전 국민, 더 나아가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간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해남 현미를 가공해 초콜릿과 결합한 해남샌드칩.

고구마 간식에 이어 정 대표는 해남산 쌀과 현미를 이용한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구마면과 떡볶이에 이어 최근에는 해남산 현미와 초콜릿을 결합한 ’해남샌드칩‘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 간식은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거리로 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현재 ’가문의 영광‘은 고구마 가공에 연간 80톤의 생고구마를 사용하고 있으며, 면과 떡볶이 등 생산이 본격화되면 고구마 사용량은 100톤이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면과 떡볶이는 물론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는 해남샌드칩 생산이 본격화되면 쌀과 현미의 소비량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수 마을기업, 농촌융복합사업, 벤처기업 등 인증, 상표와 디자인 등록도 마쳐

땅끝햇살찬영농법인은 지난 2017년 8월 17일 행안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됐으며, 2019년 12월 1일에는 농식품부의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았고, 2019년 11월 30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2018년 3월 12일 고구마말랭이 등 16건의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했으며, 2018년 9월 4일에는 식품포장지에 대한 디자인등록을 마쳤다. 한편 법인은 지난 2022년 7월 8일 행안부로부터 우수마을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젊은 귀농인이 북적대는 마을 만들고파

정 대표는 “마을과 지역 농작물 가공을 통해 국민 간식을 넘어 전 세계인이 즐기는 간식거리를 만들어 농민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을 제대로 돌려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마을에 젊은 귀농인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꿈과 희망을 일궈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 대표는 “젊은 귀농인이 북적대는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영농법인이나 가공공장, 마을 농지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젊은 귀농인들의 현지 적응과 영농 및 가공과 유통 사업 등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정착과정을 도울 각오입니다”면서 “지난 6개월동안 고구마 가공 공장에서 일을 거들며 나름대로 비전을 찾아가는 귀농 친구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젊은 귀농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다채롭게 마련해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마을기업 땅끝해살찬영농조합법인의 제품과 활동 상황은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bgms76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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