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출신 문학가 4인의 문학사적 업적을 톺아보다

명소탐방(5) 목포문학관 목포출신 거장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적 공간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목포 출신, 혹은 목포에서 문학적 기반을 다진 4인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공간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은다. 근대문학의 초창기 모델을 정립하거나 새로운 변화상을 이끈 이들의 업적은 근현대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목포문학관은 전남 목포시 남농로 95 갓바위문화타운 한 켠에 지난 2018년 2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근현대 문학사에 끼친 영향을 기리고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곳에는 목포가 고향인 박화성 시인과 차범석 극작가를 비롯, 목포에서 문학적 기반을 다진 김우진 극작가와 김현 문학평론가 등 4인의 삶과 문학이 알아보기 쉽게 펼쳐져 있다.

차범석관



문학관 1층 왼쪽에는 차범석관이 마련됐다. 차범석은 목포 출신으로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극작가로 상징적인 인물이다. 대표작으로는 <산불>, <불모지>, <전원일기> 등이 있다.


차범석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밀주>(1955년)가 가작으로, 다음해 <귀향>(1956년)이 당선됨으로써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1963년에는 극단 ‘산하’를 창단하고 20여년 동안 대표로 활동해 한국의 현대극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후문학의 1세대이면서도 전쟁이라는 주제에만 고착하지 않고 50여년 동안 철저한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대의 서민 심리를 추구한 작품에 집중했다. 한국적 개성이 뚜렷한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하는 데 공헌한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지난 198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됐으며, 1984년 청주대학교 예술대학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한국문학예술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입구에 차범석 극작가의 흉상과 마주한다. 좌우로 펼쳐진 전시관 내부에는 극작가의 ‘산불’ 등 친필 대본과 원고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특히 지난 1980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첫 집필을 맡아 1년간 48회를 거친 대본집도 볼 수 있으며, 친필 시나리오 모음, 저서들, 그리고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귀향> 친필 원고 등이 잘 정리돼 있다.


전시관 한 켠에는 극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사용했던 집필실이 꾸며져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책상과 의자, 펜통, 책장 등이 당시 모습으로 재현돼 있어 어떤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게 해놓았다.


박화성관

문학관 1층 오른쪽으로는 한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로 최초로 장편소설을 집필한 소설가 박화성관이 배치됐다. 박화성관은 기존의 박화성기념관이 옮겨와 친필 원고, 대표 저서, 작품 속 소설공간 및 작가가 쓰던 서재와 안방 등을 복원, 전시하고 있다.



박화성은 목포 출신으로 대표작품은 <백화>, <고향없는 사람들>, <홍수전후> 등이 있다. 이광수의 추천을 받아 <조선문단>(1925년)에 ‘추석전야’로 문단에 데뷔했다. 지난 1932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장편소설 ‘백화’를 동아일보에 연재했고, 이후 1985년 ‘달리는 아침에’에 이르기까지 팔순을 넘어서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60여년의 집필활동을 통해 장편 17편, 단편 62편을 비롯, 수필과 평론 등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한국여류문학인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예술회 회원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문화훈장,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시장 내부는 박화성의 자전적 소설인 ‘눈보라의 운하’ 지형세트와 박화성이 평생 써온 일기, 대표 작품들 등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다.

또, 1932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백화’를 본인이 직접 신문스크랩해 책으로 만든 2권의 책자도 볼 수 있다.

전시장 한켠에는 박화성기념관에서 옮겨온 작가가 쓰던 서재와 안방이 복원돼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우진관

2층 왼쪽에는 우리나라 연극에 근대극을 최초로 도입한 극예술의 선구자인 극작가 김우진관이 위치한다.  김우진은 전남 장성출신이지만 11세에 목포로 이주해 생활해왔다. 대표작품은 ‘산돼지’, ‘이영녀’, ‘난파’ 등이다. 


김우진은 지난 1920년 조명희, 홍해성 등 유학생과 함께 연극연구단체인 <극예술협회>를 조직했다. 1921년에는 <동우회 순회연극단>을 조직해 국내 순회공연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목포로 귀향해 시 50편, 희곡 5편, 소설 3편, 문학평론 20편을 남겼다.


김우진은 당시 기성 문단을 훨씬 뛰어넘은 선구적 극작가였으며, 특히 표현주의를 직접 작품으로 실험한 점에서 유일한 극작가였다. 또한 해박한 식견과 외국어 실력, 선구적 비평안을 토대로 당대 연극계와 문단에 탁월한 이론을 제시한 평론가이며, 최초로 신극운동을 주도한 연극운동가였다.



김우진관에 들어서면 역시 김우진 흉상이 입구에 배치돼 있고 전시장이 펼쳐진다. 진시장에는 김우진이 일본 구미모또 농업학교 시절 작성한 농장일지가 자세한 그림과 함께 작성된 모습이 있고, 1922년에 <중외일보>에 발표한 평론 ‘조선말 없는 조선문단에 일언’ 원고, 일본 와세다대학에 입학한 1919년에 쓴 일기 권 16이 전시돼 있다.


그밖에 김우진이 젊은 시절부터 활동했던 다양한 활동과 관련된 자료와 평론 등이 실린 잡지와 서적 등이 배치돼 있다.



김현관

2층 건너편에는 김현관이 자리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김현 흉상과 전시관내 김현의 활동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자료들이 진열돼 있다.

전남 진도 출신. 8세에 목포로 이주해 학창시절을 보내고 1962년 서울대 불문학과에 진학했다. 재학시절 <자유문학>에 문학평론 ‘나르시스의 시론 – 시와 악의 문제’를 발표해 문단에 등단했다. 대표작 ‘한국문학사’, ‘존재와 언어’, ‘분석과 해석’ 등을 비롯해 240여편의 문학평론과 저서를 남겼다.

김현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했다. 이는 동인회 ‘88그룹’ 결성과 1970년 가을 창간한 문학 계간지 <문학과 지성>의 모태가 되었다. 1993년에는 문학과지성사에서 <김현문학전집> 전 16권이 발간됐다.
그는 엄청난 독서량과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작품 분석,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적 관심, 그리고 명료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비평을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끌어올린 최초의 비평가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관에는 시 전문 동인지 <사계>(1996년), 계간 문학과지성의 원형이 된 <6.8문학> 등의 잡지와 김현문학전집, 김현의 첫 저서 <존재와 언어>(1964년) 등 저서들이 책장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또 김현이 주도적으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동인지 <산문시대>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또, 목포중학교 시절 다니던 목포중앙교회 회지 <목양 3호> 등과 회지에 실은 글들을 포함해 학창시절 썼던 글들이 벽면에 채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상설 체험과정과 문예대학 등 교육프로그램

한편, 문학관에서는 상설로 △스탬프놀이 △퍼즐맞추기 △엽서쓰기와 편지쓰기 △서체따라쓰기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문예대학과 어린이문학교실 등 문학프로그램을 운영해 문학도를 꿈꾸는 어린이와 성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뮤지엄



문학관 한켠에는 3면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채우는 디지털 뮤지엄이 화려하고 신비로운 영상이 펼쳐진다. 특히 이곳은 문자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하고 선호하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에게 문학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대안으로 설치하게 됐다.

디지털 뮤지엄에서는 ‘블라썸! 목포’를 주제로 1894년 교역이 활발하던 개항장 목포의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보는 영상이 선보인다. 3면 프로젝션 맵핑으로 구현된 근대역사와 문화경관을 눈앞에서 실감영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환상문학도서관’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가상의 거대한 책장이 나타나고 마법의 시간이 펼쳐진다. 환상의 문학도서관은 3면 프로젝션 맵핑과 LIDAR 센서로 인터랙티브 실감 콘텐츠를 구현했다. 책을 터치하면 목포를 빛내는 대표작가 4인의 작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환상적인 미디어아트를 보고, 신비로운 소리를 즐기고, 손끝으로 상상문학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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