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화의 거봉 소치와 5대에 걸친 화맥의 자취를 담다

운림산방 : 대를 이은 걸출한 남종화가들의 예술세계를 담은 전통 남종화의 산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자락에 자리잡은 운림산방. 한국 남종화의 거봉 소치 허련과 그의 후손 등 5대에 걸친 화맥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 전통 남종화의 본산이다.


▲ 운림산방과 연지.

운림산방은 세계에서 유일한 일가 직계 5대의 화맥이 20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한국화단의 산실이다.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小癡) 허련(許鍊)선생(1808-1893)이 오랜 한양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세운 화실이다.


말년에 거처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저술활동을 하던 곳으로 소허암(少許庵) 또는 운림각(雲林閣)으로 불리기도 했다. 소치는 이곳에서 꿈처럼 지나간 세월을 기록한 ‘소치실록(몽연록, 속연록)’이라는 자서전을 집필했다.


▲ 작품활동을 했던 사랑채인 운림산방.

운림산방은 진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첨찰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소치는 미산(米山) 허형을 낳았고, 미산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으며, 의재 허백련이 미산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익힌 곳이기도 하다. 특히 소치의 화실일 뿐만 아니라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림, 그리고 허건의 여러 손자들에 이르는 화맥의 산실이다. 남종문인화의 고장으로 호남의 명성을 잇게 한 중요한 유적지라 할 수 있다.


▲ 숙식을 해결했던 살림채.

운림산방은 사랑채인 화실의 당호(堂號)다. 사랑채인 운림산방 뒤편에는 초가로 된 살림채, 그리고 새로 지어진 기념관들로 구성돼 있다. 또 소치의 영정을 모신 운림사도 뒤편에 자리잡고 있다.


▲ 소치의 영정을 모신 운림사.

운림산방 앞에는 오각으로 만들어진 연못이 있고, 연못 가운데에는 직경 6m 크기의 원형으로 된 섬이 있다. 연못에는 흰 수련이 피고, 섬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어 7월부터 늦가을까지 백일홍 꽃이 화사한 모습을 자랑한다.


▲ 소치 허련 초상화.

소치는 진도가 낳은 남종화의 거장이다. 1808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났다. 성년이 된 뒤 해남으로 건너가 초의선사에게 학문을 닦고 녹우당을 오가며 공재 윤두서 등으로부터 그림에 대한 다양한 화법을 배워 터득하게 됐다. 그후 초의선사의 천거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하에 입문해 본격적인 서화공부를 하게 됐고, 소치라는 아호는 스승인 추사선생께서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42세때 조선 제24대왕 헌종의 총애를 받아 임금의 벼루에 먹을 갈아 왕을 상징하는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는 모란을 그려 바쳤고, 왕실 소장 고서화를 평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았다. 서울에서 활약하던 소치는 그의 나이 49세때인 1857년(철종 8) 스승인 김정희가 세상을 뜨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위해 운림산방을 지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선면산수도(扇面山水圖)’, ‘완당선생해천일립상(阮堂先生海天一笠像)’ 등이 있고, ‘몽연록(夢宴錄)’ 등의 저서가 있다.

운림산방은 1911년 아들 허형이 50세 되던 해에 떠나면서 쇠락했다 1982년 손자인 남농 허건에 의해 복원됐다. 남농은 이곳을 진도군에 기증해 현재는 진도군이 관리하고 있다.


소치기념관 1관


▲ 소치1관 전경.

소치 1관은 소치의 삶과 예술 활동, 초의선사와 김정희 등 다양한 명사와의 교류관계 등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 소치1관 입구.

시・서・화에 뛰어나 소치삼절로 불린 허련의 산수화, 문인화, 글씨 작품 등과 함께 여러 명사들과 주고받은 한시첩, 서책 등을 볼 수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5대에 걸친 소치 일가의 화맥을 보여주는 가계도가 전시돼 있다. 또 1층에는 한쪽 벽에 소치 초상화와 함께 소치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소치의 탄생과 타계까지 일생을 시대별로 구분해 상세하게 설명해 놓음으로써 소치가 어떤 인물인지, 누구와 교류했으며,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소치의 일생을 정리한 화면.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선면산수도(扇面山水圖)를 비롯해 ‘바위8폭병풍’과 ‘산수도팔곡병풍’ 등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 선면산수도.

▲ 산수도팔곡병풍.

한편, 소치1관 1층에는 소치 일가의 다큐를 담은 실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관도 배치돼 있다. 소치 일가의 5대에 걸친 예술 스토리를 아름다운 영상 콘텐츠를 통해 감상함으로써 또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 소치의 저술작품들.

소치기념관 2관



▲ 소치기념관 2관 전경.

소치 2관은 2대부터 5대까지 소치 일가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소치 허련의 후손인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5대 허진, 허은, 허청규, 허재, 허준 등 소치 일가 직계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소치 1관에 전시돼 있는 소치일가의 운림산방 화맥.


소치 일가 후손들의 작품이 세대를 걸쳐 전시됨으로써 소치 2관을 관람하면 한국 남종화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 남농이 운림산방 모습을 묘사한 '운림산방소견'.

특히, 운림산방의 모습을 특유의 화법으로 묘사한 남농의 ‘운림산방 소견’ 작품이 전시돼 있어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소치2관에도 실감콘텐츠 체험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서치 허련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구성해 확장성을 연출했다.

▲ 미디어아트 체험 공간.

▲ 포토존.

이와 함께 야외 대나무정원을 배경으로 한 홀로그램과 선면산수도 포토존 등이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추억을 제공하고 있다.


체험관


▲운림산방 입구.

▲ 한국화 문화체험장.

운림산방 정문에서 입구 왼쪽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한국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문화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그림에 색칠을 하거나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한국화를 이해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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